쾌활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 유우타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얼굴을 들었다. 그러니까 이제 가도되지?란 듯이 눈을 반짝이며 반쯤 일어선 드릴보이를 보며, 유우타는 무심코 미소지었다. 책상위의 모니터엔 아니나다를까 신착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세지가 떠있었다. 드릴보이가 제출했다던 보고서일 것이다.
"응, 확인했어. 이제 돌아가도 좋아."
유우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드릴보이는 신나게 데커룸을 나섰다. 수고했어,란 데커드의 말도 건성으로 답하고 멀어지는 발소리는 경쾌하기만하다. 어쩐지 들떠보이기까지한 그 소리를 들으니 이 다음 드릴보이의 행동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필시 빈 운동장이라도 찾아서 실컷 공을 차대겠지. 데커드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살짝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유우타, 피곤하지않아? 벌써 자정이 넘었어."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치만 성인이 된지 처음 맡은 사건이니까, 확실히 내손으로 끝내고 싶어. 유우타의 말에 데커드는 어쩔수없다는듯 쓰게 웃었다.
성인,인가. 말그대로 유우타는 이제 갓 스물을 넘겨, 더이상 그 작던 아이가 아니었다. 이젠 어엿한 형사가 되었노라고 자랑스레 말하던 유우타를 보며 기쁘기도 했지만, 시간의 빠름에 내심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말아 줬으면 좋겠어, 유우타."
데커드의 걱정어린 말에 따스함을 느끼면서, 유우타는 제출된 드릴보이의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일의 효율을 위해 브레이브 폴리스의 서류는 전부 전자문서로 작성하여 전송한다. 유우타가 미성년자였던 얼마전까지는 부총감이나 경시총감이 최종결재를 해주었지만, 이제는 완전한 유우타의 업무가 된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유우타의 성인 이후에 맡은 첫 사건인 불법무기 제조 및 유통 단체의 검거였었다. 마지막에 가선 거대 로봇이 나타나 큰 전투까지 벌어졌다. 무기제조사답게 탑재한 무장도 많고 위력도 강력해서 제법 애를 먹었었다. 더욱이 전투를 벌인 장소가 시가지라 더욱 어려움이 많았었다. 사건 수사는 이젠 너무나 익숙한 일이었지만 수사하는 내내 가벼운 긴장감이 따라다녔다. 정작 막 형사가 되었던 어린시절엔 별 감정없었던것 같은데, 책임감의 차이일까?
"이걸로 사건 종료! 데커드, 수고했어-."
"유우타도 잘해줬어."
새벽3시를 넘기고 드디어 사건종결처리까지 끝냈다. 시간이 시간인만큼 피곤함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사건을 종결시켰다는 뿌듯함은 이를 잠시 잊게했다. 게다가 오늘은 두사람 모두 비번이다. 이제 집에 돌아가 느긋히 쉬어도 좋은날인만큼 더욱 기분이 가벼웠다. 그렇게 기쁜듯이 기지개를 펴고있던 유우타에 데커드의 손이 다가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이젠 어린애가 아니라니까-란 유우타의 볼멘소리가 들렸지만 정작 고개를 빼지는 않는다. 기실 유우타는 조금 쑥스러웠을뿐이고, 그 손길이 정말로 싫은것은 아니었다.
"자, 이제 그만 퇴근하자. 벌써 눈이 감기고 있어, 유우타."
"아, 들켰다. ...우왓?!!"
베시시 웃는 유우타를 번쩍 들어올리고 데커드는 성큼성큼 데커룸을 나섰다. 말없이 들어올리지말라며 유우타가 툴툴거렸지만 직접 걷는것보단 편하지않느냐는 데커드의 대답에 조금 기가 막힌듯하다가 이내 픽 웃어버렸다. 정말 못말린다니까.